#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베토벤 교향곡 제7번에 맞춘 발레 작품 ‘교향곡 7번’ 연습이 한창이다. 40여분의 연습 끝에 마침내 격정적인 마지막 4장 음악이 끝나자 수석무용수 이은원(23)이 쓰러지듯 바닥에 몸을 눕혔다. 파트너인 발레리노 이재우(23)의 얼굴도 땀으로 범벅이 됐다.
물 한잔 마실 여유도, 숨 한번 제대로 고를 틈도 없이 박일(43) 지도위원이 이들을 불렀다. 연습 내내 이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한 그가 무용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다. 일어설 힘도 없어보였던 주역 무용수들은 다시 모여 동작을 반복한다.
# 같은 시각, 바로 옆 스튜디오에선 20여명의 남녀 단원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맞춰 동명의 작품을 연습 중이다. 그들의 앞에는 영국인 여성 트레이너 브론웬 커리(71)가 서있다. 젊은 시절, 이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직접 동작을 해보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통역이 그의 말을 전달한다. “좀 늦다” “남자에게 기대지 마라” “다리를 더 뒤로”…. 언뜻 봐도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발레에선 보기 어려운 새로운 몸짓이다. 연습장엔 때때로 무용수들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발레는 육체노동이다. 우아한 백조가 물밑에선 발을 쉴 새 없이 내젓는 것처럼 화려한 무대는 잠시일 뿐이다. 무용수들은 한 작품을 올리기 위해 지난여름 내내 연습실을 떠나지 못했다.
국립발레단이 16∼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19세기와 20세기 클래식음악을 상징하는 베토벤과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모던발레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는 강수진(47) 예술감독이 취임 후 선정한 첫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작품이다.
‘교향곡 7번’은 베토벤에서 영감을 얻었다. ‘백조의 호수’가 러시아 발레단이 차이콥스키에 의뢰해 발레를 위해 쓴 곡이라면, ‘교향곡 7번’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안무가가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이런 걸 ‘교향곡 발레’라고 하는데 줄거리 없이 음악에 맞춰 동작을 표현한 게 특징이다.
1부에서는 독일 안무가 우베 숄츠(Uwe Scholz·1958∼2004)의 ‘교향곡 7번’이 40여분 공연된다. 이 작품은 무용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발레리나 이은원은 “교향곡 발레는 줄거리 대신 무용수가 하나의 음표처럼 해석되어야 하는 작품이라 음악을 계속 들으며 감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2부 ‘봄의 제전’은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산 제물로 바치는 슬라브족의 원시적인 제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1913년 러시아 무용가 니진스키의 발레 초연 이후 레오니드 마신(러시아), 모리스 베자르(프랑스) 등 많은 무용가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재해석됐다.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올릴 작품은 미국 출신 안무가 글렌 테트리(Glen Tetley·1926∼2007)가 1974년 만든 작품. 봄의 태동을 묘사한 동적이며, 근육의 움직임을 강조한 군무가 특징이다.
이날 연습실에서 만난 강 예술감독은 “단원들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군무 가장 뒤에 있는 무용수부터 주역까지 한마음으로 단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봄의 제전’은 세계적인 발레단만이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작품이다. 이걸 잘 해내면 각자 무용수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00원∼8만원(02-587-6181).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고된 땀방울이 있기에 발레 무대는 화려하다
입력 2014-10-07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