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정홍원 국무총리와 '돌발' 비공개 면담을 갖고 구체적인 남북대화 재개 프로세스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의중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대표단은 만남 직전 김 제1비서가 전통을 통해 전한 것으로 추측되는 'A4용지'를 회람한 뒤 우리 측에 "정 총리에게 정식으로 할 말이 있다"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과 14분간 공식 면담했다. 자리는 양측이 서로 인사말과 남북한의 아시안게임 성적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는 정도로 진행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북측 김 부장이 폐회식을 보다가 귀빈석에서 잠시 빠져나간 뒤 3분의 2가량 빼곡히 인쇄된 A4용지 1장을 들고 돌아왔고 이를 황 총정치국장, 최 비서와 함께 돌려봤다. 이들은 뭔가가 적힌 이 용지를 손으로 가리면서 보다가 서로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결론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옆자리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귓속말을 나눴다. 내용은 "정 총리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 실장은 이석우 총리 비서실장에게 이를 전달했고, '2차' 면담 시간은 폐회식 직후로 잡혔다.
정 총리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북측 대표단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가자 황 총정치국장 등이 정중히 맞았다고 한다. 1차 면담이 반갑게 악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면 두 번째 만남은 북측 대표단이 정 총리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정식 회담을 하자는 태도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면담은 7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김 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함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측이 김 제1비서의 직접 지시를 받고 우리 측에 뭔가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정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北 실세들 깜짝 방문] 김정은 의중 담은 ‘A4용지’? 구체적 제안 오고갔을 가능성
입력 2014-10-06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