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난 4일 애플 직원들은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보낸 것이었죠. 이제 감을 잡으셨나요? 맞습니다. 5일(한국시간)은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사진)의 3주기입니다.
쿡은 이메일에서 “여러분들이 잠시 시간을 갖고 잡스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어 “어린이들은 그가 꿈꾸었던 제품을 갖고 새 방식으로 배우고 창조적인 이들은 교향곡·팝음악·소설·시를 쓴다. 아티스트가 새 걸작을 만드는 배경도 됐다”며 “잡스의 비전은 그가 살아있던 기간 보다 훨씬 더 길게 남아있을 것이며 애플을 세울 때 다진 기반은 언제나 우리에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쿡은 “스마트폰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잡스의 철학을 뒤집고 지난달 아이폰6(4.7인치)과 아이폰6플러스(5.5인치)를 출시하면서 ‘패블릿폰’(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쿡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생각이나 작업은 그가 떠난 뒤 이뤄진 것이지만 그가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고 잡스를 예찬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비지니스 인사이더’도 잡스를 재조명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논점이 좀 다릅니다. 이 매체는 “잡스의 리더십으로 애플이 아이팟, 아이맥,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출시해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면서도 “늘 옳은 결정만 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잡스의 9가지 오판을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잡스 생전 인터뷰들을 토대로 △IBM이 유일한 컴퓨터 공급업체가 될 것이다 △음악 가입 서비스는 파산할 것이다 △아이튠즈는 음원만 파는 곳이다 △소비자는 아이팟에서 영상 시청을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태블릿에 관심이 없다 △아이폰4 안테나에는 문제가 없다 △패블릿폰은 아무도 안 살 것이다 △애플 지도 서비스가 구글 보다 낫다 △아이패드 최소 크기는 10인치 등을 지적했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선 잡스의 오판이 실제 개발 중이었지만 경쟁사를 의식해 감췄을 것이라는 해석과 애플도 결국 시장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각종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잡스를 예찬하거나 비판하는 것 모두 애플의 자양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바탕에는 이런 애증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애플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대목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아직도 뜨거운 ‘잡스 功過’ 논쟁… 삼성·LG에는 없는 애플의 힘
입력 2014-10-06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