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 전면에 나선 김관진… ‘대결 광신자’ 등 비난하던 北과 대면

입력 2014-10-06 04:31
북한 고위 인사들의 전격 방문으로 4일 성사된 남북 고위급 오찬회담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섰다.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이 공식 회담에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북한 권부 최고 실세로 떠오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맞춘 대응인 셈이다.

김 실장이 이번 오찬회담에서 북측 대표단과 만남을 가진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북측은 국방부 장관 시절 대북 강경파였던 김 실장을 '대결 광신자' '극악한 군사깡패' 등으로 비난해왔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각종 매체를 동원해 기회 있을 때마다 막말 비난을 거듭했다. 그런 김 실장이 북한의 사실상 권력 2인자와 함께 오찬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섰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남북관계가 급반전될 수 있다는 함의를 지닌다.

김 실장이 남북 오찬회담 수석대표로 정해진 것은 지난 3일 북측의 방남 제안 직후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였다. 고위급 북한 인사의 방남인 만큼 우리 역시 그 급(級)에 맞춘 것이다. 김 실장은 오찬회담에 이어 북측 인사들과 아시안게임 폐회식까지 함께 지켜봤다.

김 실장이 오찬회담에 직접 나선 것은 특히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은 청와대가 계속 주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양측의 대북·대남 담당 부처인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등 이른바 '통통라인' 대신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원회가 앞으로 남북대화 등을 관장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밝혀온 각종 대북 구상을 가장 강력히 뒷받침하는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는 시각도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