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분량의 단막극은 그간 ‘입봉’을 하는 감독, 신인 배우에게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
실화를 재연하는 배우의 삶을 그리거나(MBC ‘터닝포인트’) 가짜 장례식(MBC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같은 만나기 힘든 이야깃거리가 소재로 등장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실험성, 재미와는 별개로 늦은 밤 방송돼 시청률 경쟁에선 밀리기 마련이었다.
지상파 3사의 단막극에 최근 탄탄한 연출력의 PD와 스타 배우들이 가세했다. ‘웰메이드(well- made)’극이란 호평 속에 단막극 이미지까지 바꾸고 있다.
KBS 2TV는 지난달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2시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스페셜’을 방영중이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방송됐던 프로그램이 이번 가을을 맞아 다시 편성된 것인데 5일 밤 방송된 ‘다르게 운다’ 편엔 이혼 가정에서 자란 중학생 류지혜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담겼다. ‘대세 아역배우’ 김소현(15)이 류지혜 역을 맡았고 엄마 역에 김희정(43)이, 아빠 역에 엄효섭(48)이 출연했다.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비밀’(2013)의 이응복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MBC는 지난해 6년 만에 부활시킨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페스티벌’을 올 가을에도 이어간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엔 ‘포틴’ ‘형영당 일기’를 편성한다.
‘포틴’은 전국에 바리스타 열풍을 몰고 온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이윤정 PD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시다 이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4살 소년 4명이 출연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역 배우 천보근(12)이 주연을 맡았고 인기 코믹 배우 차태현(38)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형영당 일기’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자로 들어온 동생에게 연정을 품는 ‘어긋난 사랑’을 담는다. 배우 임주환(29), 손은서(29)와 안내상(50) 등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SBS도 12일 오후 8시45분부터 배우 오현경(44)이 출연하는 2부작 ‘엄마의 선택’을 연속 방송한다. 아나운서 소영 역할을 맡은 오현경은 커리어와 모성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하는 여성의 내면 연기를 충실히 해냈다는 후문이다.
스타 배우와 감독이 단막극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다루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제작과 시청률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녀간 사랑이야기에 한정된 국내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대세 소녀·스타 PD의 단막극 나들이
입력 2014-10-06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