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결혼 생활 45년 만에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가중 처벌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3)의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1969년 A씨와 결혼한 아내(66)는 자신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는 남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A씨는 2011년부터 부인이 외출할 때 어디에 가는지 물어보거나 미행을 하며 일상생활에 간섭했다. 부부는 막내딸이 출산 후 직장에 복직하자 지난해 7월부터 외손자를 돌보기 위해 경기도의 딸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내는 막내딸 집에서 남편과 함께 지낸 지 두 달 만에 지나친 간섭을 견디다 못해 이혼 소송을 냈다. A씨는 아내의 이혼 요구를 거절했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아내는 지난해 12월 “함께 살자”고 요구하는 남편에게 “천금을 줘도 싫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배신감을 느낀 A씨는 막내딸 집 신발장에 있던 나무 몽둥이로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아내가 반항하자 과도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손에 묻은 피를 씻고 경찰에 가서 자수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 과정에서 아내의 남자관계에 대한 의심을 되풀이하면서 책임을 아내에게 돌렸다.
재판부는 “A씨가 일생을 함께해 온 피해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자녀를 포함한 유족들도 큰 충격을 받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아내의 의사를 존중하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은 너무 가볍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황혼이혼 요구한 아내 살해 70대 항소심서 가중처벌
입력 2014-10-06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