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친환경차 패러다임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반면 국내 정부와 업계는 여전히 순수전기차 위주로 친환경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 자칫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차 한 대에 내연기관과 충전식 전기모터를 모두 갖춰 상황에 따라 휘발유(또는 경유), 전기를 모두 연료로 쓸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순수전기차 사라진 모터쇼=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파리모터쇼의 주인공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각 자동차 업체는 경쟁적으로 해당 차종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1.5ℓ로 100㎞ 주행이 가능한 ‘골프 GTE’를 선보였다. 유럽에서 올해 안에 판매할 모델이다. 기존의 파사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파사트 GTE’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프랑스 업체 푸조 역시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2개의 85㎾ 전기모터를 단 콘셉트카(출시를 구상 중인 차의 시제품) ‘쿼츠’를 내놨다.
순수전기차 신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BMW의 i3와 폭스바겐 e-골프 등이 등장한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전기차는 연료비용이 낮지만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150㎞ 안팎인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시간이 걸려 본격 전기차 시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되자 자동차 업계가 선택한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연료효율이 높으면서 안정적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한 현실적 친환경차라는 판단이다. 파리모터쇼에서는 이른바 ‘럭셔리 카’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여럿 등장했다.
람보르기니는 10기통 5.2ℓ 엔진으로 최고 610마력의 힘을 내면서도 전기로 50㎞ 주행이 가능한 아스테리온 LPI 910-4를 공개했다. 포르쉐도 뉴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국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생소하다. 서울시는 파리모터쇼 개막일과 같은 날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나 순수전기차 위주였다. 전기차 구매 시 국가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5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빠져 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 이하인 하이브리드 차량 8종에 대해 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차를 전기차 또는 일반 하이브리드로 규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최대 270만원의 세제 혜택이 가능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관련 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분간 수입차 업체들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국내로 들여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해당 차종을 판매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과 인증체계가 정해지지 않아 수입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i8을 이달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내년 초로 연기했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에 맞춰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대세는 ‘하이브리드’인데… 순수 전기차에 목매는 한국
입력 2014-10-06 02:01 수정 2014-10-06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