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삼합회’ 개입설로 다시 격화

입력 2014-10-06 02:17
잠잠해지던 홍콩 민주화 시위가 친중(親中) 단체들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다시 격화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 지도부는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마지막 대화의 실마리는 놓지 않는 모습이다.

한때 수백명 수준으로 줄었던 시위대는 4일 밤 수만명으로 다시 늘었다. 5일에도 시위대는 ‘평화’와 ‘폭력 반대’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은 “경찰이 폭력배들을 비호하고 있다”면서 경찰에 강력히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며 막아섰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시위대가 흥분하고 있는 것은 시위대의 ‘노란리본’ 운동에 맞서 ‘파란리본’을 단 친중 성향 단체 회원들이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친중 단체들에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가 개입된 것으로 시위대는 보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데이비드 찬(22)은 “경찰이 현장에서 폭력배들을 내버려두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범민주파 입법회(한국 국회 격)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가 조직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 사태가 발생한 시위 현장에서 삼합회 소속으로 추정되는 8명 등 19명을 체포했지만 경찰이 삼합회와 결탁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홍콩 정부는 정부청사 주변을 점거한 시위대에 6일 오전 공무원이 출근하기 전까지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4일 밤 현지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는 3000명의 공무원이 6일 오전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청사 밖을 정리하라”면서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시민안전과 사회질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일부 매체들은 경찰이 다시 시위대에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위 지도부는 “공무원들이 청사로 출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는 “우리의 타깃은 렁 장관이지 다른 공무원들은 아니다”면서 “공무원 출근 허용으로 렁 장관이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킬 명분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위 주도 단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도 성명을 통해 “폭력배 개입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나온다면 언제든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체제에 도전하는 ‘색깔혁명’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인민일보는 전날 1면에 게재한 ‘홍콩의 법치를 단호히 견지한다’는 글에서 “(시위를 주도한) 극소수는 홍콩을 통해 내지(중국 본토)에서 색깔혁명(정권교체 혁명)을 이루려 생각하는데 이는 백일몽일 뿐”이라고 밝혔다. 공산당 지도부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색깔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신경보와 경화시보 등 중국의 유력 언론들도 일제히 인민일보의 기사를 사설면에 전재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