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지장서류함 루이비통보다 멋지답니다”

입력 2014-10-06 02:56
한지공예로도 깊이와 품격을 갖춘 작품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윤서형씨. 이동희 기자
윤서형씨가 만든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작 ‘지장서류함’. 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제공
국내 공예대전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올해 수상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전통공예전시관에서 7일 개막된다. 앞서 6일에는 시상식도 열린다.

대통령상 수상작은 ‘지장서류함’. 한지로 만든 서류함으로 덕성여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793년 제작 지장서류함을 한지공예가 윤서형(55)씨가 200여년 만에 재현해냈다. 올해로 39회째를 맞은 전승공예대전에서 한지공예 작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윤씨가 두 번째다.

윤씨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년 전 전주에 갔다가 우연히 한지로 만든 푸른색 예단함을 보고 한지공예를 시작했다”며 “전통공예의 변방으로 취급돼온 한지공예가 대통령상을 받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씨가 만든 지장서류함은 겉으로 보면 가죽제품과 흡사하다. 견고하고 품격이 느껴지지만 가죽과는 또 다른 멋을 낸다는 평이다. 윤씨는 “작품을 본 사람들이 다들 루이비통 가방보다 더 멋지다고 한다”면서 “가죽제품처럼 보이지만 소재나 제작 방식 모두에 자연의 숨결이 배어 있어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대나무를 엮어서 골격을 만든 후 앞뒤로 한지를 여러 겹 붙이는 방식으로 서류함을 만들었다. 가로세로 3㎝ 크기로 찢은 한지를 모자이크처럼 죽 이어 붙였고, 그 위로 같은 작업을 다섯 차례 반복해서 기본 형태를 완성했다.

윤씨는 “한지는 찢으면 가장자리가 섬유질 형태로 나오는데 한지의 섬유질끼리 이어붙이면 이음새가 전혀 안 남으면서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압권은 서류함의 테두리 부분이다. 판보다 두툼한 테두리를 만들기 위해 윤씨는 한지를 무려 45겹 덧바르는 방식을 택했다. 한 겹 한 겹 말리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그리고 한지를 꼬아 노끈을 만든 뒤 송곳을 이용해 일일이 바느질을 했다.

윤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평범한 주부였다. 취미로 도자기도 배우고 서예도 하다가 1995년부터 한지공예를 시작했다. 그리고 97년 전국한지대전, 2000년 동아공예대전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한지 강사이기도 한 윤씨는 2008년 미국 부시 대통령 방한 때 로라 부시 여사를 상대로 한지공예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종이로 만든 구절판 그릇은 백악관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경기도 일산 집에서 작업을 한다는 윤씨는 “한지로도 얼마든지 깊이 있고 품격 높은 작업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제 작품을 루이비통과 비교하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 것으로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