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계형 주택담보대출’까지 급증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인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생계형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결국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000억원으로, 연내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가계대출에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더한 실질적 가계부채는 이미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상향 조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가파르게 늘었다. 8월 한 달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14개월 동안 최대치인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상당 규모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이 원래 용도인 주택 구입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주요 은행의 올해 1∼7월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51조8000억원 가운데 27조9000억원(53.8%)은 주택 구입용이 아니었다. 비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2011년 43.2%에서 2012년 50.6%, 2013년 50.9%로 꾸준히 높아졌다. 올해 1∼7월 비중이 53.8%이므로 3년 새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7월 주택 구입용 목적이 아닌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33%는 ‘기존 대출자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계자금’(25.2%), ‘전·월세자금’(15.9%) 등 순이었다.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걱정스러운 것은 악성 채무와 불량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체로 수입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퇴직한 자영업자가 쓴다는 점에서 대출자 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이, 은행 측에는 부실 위험이 크다. 자칫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생계형 주택담보대출 증가→취약계층 부채 증가→금융 부실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시장 부양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가계빚이 많은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버블 붕괴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이너스 수준에까지 돌입한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겠다.
[사설] 급증하는 생계형 주택담보대출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4-10-06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