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관계 개선 힘차게 추진해야 하지만

입력 2014-10-06 02:20
북한 최고 실세 3인방의 전격적인 남한 방문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반도에 모처럼 대화 무드가 조성됐다. 남북이 10월 말∼11월 초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오랜 경색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독일 드레스덴 선언 등 굵직굵직한 대북정책을 내놨지만 북으로부터 전혀 호응을 받지 못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통일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북한 실세들의 갑작스런 인천 방문을 수용해 환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다. 남북 간에는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을 끝으로 대화가 거의 단절됐다. 지난 8월 우리가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들이 남한을 방문한 것 자체가 대화 재개를 의미한다. 남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이 이들과 회동한 것은 상대방의 진의를 확인했을 것이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는 2차 고위급 접촉을 정교하게 준비해 성과물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1차 고위급 접촉에선 이미 합의했다 무산 위기에 놓여 있던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것 이외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번 접촉에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이후 지속돼 온 갈등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구축해야겠다. 북한이 희망하는 대북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도 차제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줌으로써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과제와 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남북 경색은 이명박정부 때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작금의 핵심적인 국정 과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일관성 있게 대북 행보를 해야겠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최상의 외교 전략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북측은 이번 인천 방문에서 “북남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5·24조치 해제 등 우리한테 통 큰 양보를 요구한 것이라 본다. 남측이 희망하는 핵 개발 포기에 화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게 사실이다. 북한 실세들의 갑작스러운 남한 방문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 핵과 인권 문제 등으로 조성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전시성 이벤트’라는 비관적 분석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우리가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신중하면서도 냉철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