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붙잡고 있던 영국인을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네 번째 참수지만 미국 등은 이에 굴하지 않고 IS 공습을 이어갔다. IS는 20명의 서방 인질을 더 붙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인질을 참수하는 것은 자신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선전전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질 참수에도 공습은 계속=미국과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3일(현지시간) 밤 전투기와 폭격기, 드론 등을 동원해 시리아와 터키 국경 인근 코바네의 IS 근거지 목표물에 9차례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 국방부가 4일 밝혔다. 공습으로 박격포와 전투장비 등이 파괴됐으며 시리아 내 IS대원 등 35명이 숨졌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밝혔다. 미국 등은 시리아 외에 이라크 내 IS를 겨냥해서도 5차례 공습을 가했다.
공습은 IS가 영국인 인질 앤런 헤닝(47)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영국에서 택시 기사 일을 하던 헤닝은 지난해 12월 시리아 난민에게 의료물자를 지원하고 구급차를 운전하는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IS에 납치됐다. IS가 헤닝을 참수하면서 참수 희생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비롯해 4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IS 연계조직인 북아프리카 무장단체 ‘준드 알 칼리파’가 참수한 프랑스인 에르베 구르델을 포함하면 모두 5명이다.
IS는 또 미군 특수부대 출신 구호활동가 피터 캐식(26)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2012년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인근 병원에서 의료보조원으로 일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헤닝의 참수는 IS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역겨운 테러집단인지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미 정보 당국은 IS가 최소 2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20명 정도의 인질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습 강화되면 수일 내 인질 참수한다=AP 통신은 IS가 미국 등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인질을 참수해 이를 만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IS에 처음으로 참수된 미국인 기자 폴리의 경우 이라크 북부 아메를리에서 IS가 공격을 받은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일 참수 동영상이 공개된 점을 주목했다.
영국인 데이비드 헤인즈 참수 동영상은 미국이 라디타댐을 공습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달 13일 나왔다. 통신은 이 같은 IS의 행동양식이 지난 8월 중순 이후 9차례 이상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대테러 선전 담당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IS가 점령지를 잃으면서 군사적 패배를 참수로 대응하고 있다”며 “참수 동영상을 공개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전장에서의 패배를 선전전으로 만회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터키와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IS를 지원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앞서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2일 한 강연회에서 수니파인 터키 등이 IS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다고 주장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강력 반발했다.
안와르 가르가쉬 UAE 외교·의회담당 국무장관도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은 진실이 아니며 극단주의와 테러에 맞서는 UAE의 명확한 입장과 역할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공습 당한 뒤 곧바로 인질 참수’… IS, 똑같은 패턴 반복
입력 2014-10-06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