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권에서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은 것과 달리 한국은 지금까지 1명의 수상자도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문단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한국인 냄새’를 버리고 ‘인간 냄새’ 나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학평론가이자 독문학자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시 전문 월간지 ‘유심’ 10월호에 실린 ‘한국문학, 세계문학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소한 의미의 민족문학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창작과비평’과 함께 국내 문학을 양분했던 ‘문학과지성’ 창간 멤버다.
김 교수는 “국가와 민족, 인종을 넘어서는 곳에서 문학은 문학다운 위대성을 입증한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민족문학을 세계문학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류의 보편성, 즉 모든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문제 대신 ‘우리의 것’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 흥분하고 개념과 작품을 규정하는 일은 세계 문학으로 올라서는 일과 정면으로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 등 독일문학의 세계문학 편입 과정을 소개하면서 “민족문학의 지나친 강조는 자칫 세계문학과의 사이에 벽을 만들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어느 나라가 되었든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민족을 넘어 인간을 강조하는 작품들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계 문학적 이해에 접근해 있는 주목할만한 한국 작가로는 고(故) 이청준과 이승우를 꼽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문학평론가 김주연 교수 “한국인 대신 인간 탐구해야 노벨문학상 받는다”
입력 2014-10-06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