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이 임권택(80)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대중 앞에 선보였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화장’을 연출한 임 감독은 5일 오후 해운대구 우석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10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여태껏 만든 작품들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화장’ 연출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는 죽어가는 아내(김호정)를 곁에 둔 채 젊은 여직원(김규리)에게 마음이 흔들리면서 번뇌하는 중년의 오 상무(안성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라는 건 감독이 얼마만큼 세월을 살았느냐에 따라 그 세월만큼 찍힌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나이가 들고 보니 욕망이 끝도 없이 달라붙는 것이 삶이고 그걸 이겨내는 것이 절제의 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훈 소설의 문장이 가진 힘을 영상으로 드러내는 과정에 대해선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면서 찍었다”고 토로했다.
‘취화선’ 이후 12년 만에 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안성기는 “원초적인 감정을 주변 인물들에게 드러내지 않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표출하는 역이라 어려웠다”면서 가령 추은주에게 노골적인 눈길이나 눈빛을 보내는 장면이 그런 것이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죽어가는 아내로 분한 김호정의 연기다. 임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김호정은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를 연기하면서 실제 삭발에다 성기까지 노출했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로 ‘씨받이’(1987), ‘하류인생’(2004), ‘천년학’(2007)에 이어 4번째로 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연합뉴스
임권택 감독 “살아온 세월만큼 영화에 찍히더라”
입력 2014-10-06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