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 체육시설 확충에 축구 유학까지… 애민 이미지 강화

입력 2014-10-06 02:28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체육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5일 1면 사설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활약상에 대해 “체육 발전에 크나큰 힘을 기울이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의 현명한 지도가 있기에 오늘과 같은 경이적인 우승의 성과들이 이룩되는 것”이라고까지 소개했다.

김정은 정권이 대내적으로 신흥부유층과 젊은 세대를 겨냥해 새 지도자의 역동성과 애민(愛民) 지도자상을 선전하고 대외적으론 정권 정통성을 강조하는 국력 과시 수단으로 체육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정은 “체육열풍 일으킨다”=북한은 전통적으로 체육을 이데올로기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헌법 55조에는 “국가는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하여 전체 인민을 노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우리나라 실정과 현대체육 기술발전 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킨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의 체육 강화 노선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김 제1비서는 2011년 신년사에서 “온 나라에 체육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선군조선을 명성 높은 축구강국, 체육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2년 11월에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신설돼 정권 차원에서 체육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폐회식 때 방남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격이었다.

체육인 우대 분위기도 북한에서 조성되고 있다. 김 제1비서는 지난해 8월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선수들을 직접 격려했다. 같은 해 5월 탁구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김혁봉-김정이 평양 시내에서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시가행진과 주택제공뿐 아니라 ‘영웅’ 칭호도 부여하고 있다. 북한은 2012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남자 역도 엄윤철, 김은국과 여자 역도 임정심에게 노력 영웅 칭호와 함께 훈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언론 매체도 거들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5월부터 스포츠코너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북한 여자 축구 결승 경기도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전역에 녹화 중계됐다.

◇축구 유학 북한=북한의 주력 종목은 축구와 역도, 레슬링, 사격 등이다. 김 제1비서 집권 후에는 평양국제축구학교 개교 등 축구인재 양성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제1비서도 개인적으로 축구학교를 방문하고 교과과정 및 명칭 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축구감독을 초빙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총 31명의 국비 축구유학생을 파견했다.

북한은 또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성(省·내각)과 정부 기관들의 후원을 통해 종목별로 체육을 지원하고 있다. 각 성·기관은 종목별 협회를 담당해 기자재와 선수 생활용품을 책임지고 공급하고 있다. 물론 김 제1비서의 지시 아래 이들 기관은 필요한 기자재와 선수 배급품을 조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마라톤은 건설건재공업성, 탁구는 조선민족보험총회사, 역도는 인민봉사총국, 피겨·빙상은 재정성, 레슬링은 무역성이 담당한다.

◇애민 의식 부각과 외화벌이 수단=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체육을 강화하는 것은 김 제1비서의 애민 이미지를 주민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일 방문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도 마다하고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선수촌을 찾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또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해 김 제1비서 집권 후 다양한 체육시설을 만들고 있다. 2012년 11월에 평양에 인민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을 개장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능라인민체육공원, 9월에는 평양체육관 재건공사(리모델링)를 마쳤다.

북한은 또 관광과 연계해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체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김 제1비서가 심혈을 기울인 마식령스키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표적인 시설이다. 또 북한은 국제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연계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평양마라톤 2013의 경우 3박4일 상품이 999유로(140만원)에 판매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