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전문가 진단] “남북 물꼬 터 대내외 고립 풀자… 北, 극적 반전카드”

입력 2014-10-06 04:11

국내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전격적으로 파견한 데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대내외 고립 상황을 타개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표단을 이끈 것은 사실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대리한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올해 초부터 관계 개선을 언급해 왔다”며 “아시안게임 폐회일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의 10·4공동선언 7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4선언에서 합의한 대북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는 주문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북한의 ‘극적인 반전 시도’로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한 공화국 성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화국 성명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다고 밝히고 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하자고 강조했었다. 북한이 아시안게임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지만 응원단 파견 문제로 틀어지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이라는 충격요법을 썼다는 게 고 교수의 판단이다.

이런 과감한 접근법의 이면에는 고립된 대외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북한 수뇌부의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현재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날로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 들어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전방위 외교 공세를 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결국 남북관계가 풀려야만 북·일, 북·미 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냉랭해진 북·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남북관계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6일은 북·중 수교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구 교수는 “어름발이 날릴 정도로 냉랭해진 북·중 관계를 한반도에서 부는 훈풍으로 녹여보자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남북이 2차 고위급 접촉을 재개키로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5·24조치 해제 등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안 해소를 주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남북대화의 물줄기는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를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핵 문제와 천안함 폭침 사과 등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관계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 교수도 “고위급 접촉 날짜를 상당히 멀리 잡은 것은 그만큼 양측이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