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美 전문가 진단] “北 깜짝쇼… 진정성 없다”

입력 2014-10-06 02:18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고위급 인사들의 갑작스러운 남한 방문 및 대화 제의는 북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의 압력을 완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로 판단했다. 아울러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개행사 장기 불참에 따른 여러 관측과 관련해 그의 권력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입증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시각을 보였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4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 파견에 대해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외부세계와 보다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태도 변화로 보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정황은 이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단이 사전통보 식으로 남한을 찾았고, 김 제1비서 메시지가 없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 등은 북한 정권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진정한 뜻’이 없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북한이 ‘깜짝쇼’를 통해 성취하려는 것은 외부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 북한 핵 개발과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줄이는 한편 북한이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고 그가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방남(訪南)은 김정은 정권이 최근 전개해온 유화 공세의 연장선상”이라며 “특히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현재 김정은 정권은 핵심 동맹인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못한데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정체된 상태이고 미국 역시 2·29합의 무산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지쳐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국제공조 체제의 약한 고리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로 통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를 재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라며 “양측이 가시적 결과를 끌어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이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위트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6자회담 재개에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 미국이 갈수록 고립화될 것”이라며 “물론 한·미·일 3국이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계속 진전을 이뤄나간다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