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이렇게 감동적인 드라마였던가.
45억 아시아인들이 하나가 됐던 인천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구슬땀을 흘리며 4년을 준비한 한국 선수들은 기쁨에 울었고, 아쉬움에 울었다. 그들이 울 때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36개 전 종목에 선수 831명 등 총 1068명의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를 획득해 5회 연속 종합 2위를 지켰다.
◇명승부 펼친 구기종목=남자 축구는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돋보였다. ‘이광종호’는 7전 전승 무실점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이었다.
대표팀 20명 가운데 유일하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뛰는 임창우(22·대전 시티즌)는 지난 2일 북한과의 결승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통렬한 결승골을 터뜨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김신욱(26·울산 현대)은 오른쪽 종아리뼈 골절상을 입었으면서도 결승전 막판에 그라운드에 나서 투혼을 불살랐다.
야구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치른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대 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회 연속이자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2-3으로 끌려가다가 8회말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4점을 올려 경기를 뒤집었다.
남녀 농구는 사상 첫 아시안게임 동반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지난 2일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대역전 드라마(79대 77 승리)를 쓰며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전날 여자 대표팀도 결승전에서 강호 중국을 70대 64로 누르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구여제’ 김연경(26·페네르바체)을 앞세운 여자 대표팀은 지난 2일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제압하고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도 지난 1일 일본과의 결승에서 29대 19로 대승을 거두고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같은 날 여자 하키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중국을 1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효자 종목인 사격과 양궁, 펜싱,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사격의 김청용(17·흥덕고)은 사격 10m 공기권총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사격에선 8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펜싱에서도 금메달이 무려 8개나 쏟아져 나왔다. ‘엄마 검객’ 남현희(33·성남 시청)는 20년간의 선수 생활로 무릎 연골이 심하게 상한 상태였지만 여자 플뢰레 단체전 5연패를 이끌었다.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8개 가운데 5개를 휩쓸었다.
대회 막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리듬체조의 손연재(20·연세대)였다. 손연재는 지난 2일 열린 개인종합 결승에서 곤봉(18.100점)-리본(18.083점)-후프(18.216점)-볼(17.300점) 4종목 합계 71.699점을 획득, 중국의 덩썬웨(70.332점)를 따돌리고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은 자신의 이름이 걸린 인천 문학박태환경기장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획득해 세 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20개의 메달을 수확, 박병택(19개)이 갖고 있던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경신했다. 사격 진종오(35·KT)와 기계체조 양학선(22·한국체대)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무난히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보였지만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금메달 회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특정 스타 선수 몇 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는 약점도 드러냈다. 다양한 종목에서 유망주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되돌아 보는 16일] (1) 한국 대표팀 성적 분석
입력 2014-10-06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