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꾸 않고 무시하는 소극적 따돌림도 폭력으로 간주해야”

입력 2014-10-06 02:55
학교폭력은 특정 학생을 무시하거나 또래그룹에 끼워주지 않는 등의 단순 따돌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폭력이나 욕설이 없는 ‘소극적 따돌림’에 대한 법적 규정 및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학교폭력법에서는 따돌림을 ‘특정 학생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공격을 가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학생의 말이나 행동을 단순히 무시하는 등의 소극적 따돌림은 이 규정에 적용되기 힘들다.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구체적인 신체적 위협이나 욕설 등의 공격적 표현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학교폭력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위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청소년 따돌림에 대한 형사정책적 대응 방안’을 보면 따돌림을 당했던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무리에서 배제당하는 등의 소극적 따돌림 피해를 겪었다. 공동 연구자 전주대 노성호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따돌림을 당했던 초·중학생 101명 중 60명(59.4%)은 가장 많이 당했던 따돌림 유형으로 ‘친구들이 노는데 나를 끼워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고 상대를 해주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도 52명(51.4%)이었다. ‘다른 친구와 놀지 못하게 방해했다’는 응답도 44명(43.5%)으로 많았다.

주먹이나 발로 심하게 맞았다고 응답한 학생은 17명(16.8%) 정도였다. 심부름을 하거나 준비물 등 소지품을 빼앗겼다고 응답한 학생은 각각 11명(10.8%) 10명(9.9%)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연구위원은 5일 “학교폭력법상 따돌림 개념에 적극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에서 소외시키거나 배제하는 행위’를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의적으로 따돌리는 것, 말을 걸어도 무시하는 것, 다른 친구의 접근을 막는 것 등을 모두 학교폭력법으로 규정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소극적 따돌림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앞서 별도의 교우관계 회복기간제를 갖는 등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 화해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