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옷 싸게 사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니 정말 좋네. 하하.” “이게 바로 착한 소비지. 호호.”
지난 주말 중학교 동창들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골목길’ 나들이에 나섰던 김현숙(55·서울 은평구 불광로)씨. 아줌마들이 모였으니 예쁜 옷이 즐비한 쇼윈도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던 김씨 일행은 한 곳에서 발길을 멈췄다. 한 벌에 70만∼80만원 하는 유명 브랜드 원피스를 9만∼10만원에 팔고 있었다. 물론 재고상품이긴 하지만 말짱했다. 게다가 “이 매장의 수익금 전액은 소외계층으로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한 장학, 심리치료, 의료 활동 등에 쓰이게 되므로 쇼핑이 곧 기부가 된다”는 매장 직원 설명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김씨 일행이 들른 가게는 제일모직이 지난 15일 문을 연 CSR(사회적 책임) 플래그십스토어 1호점인 ‘하티스트 하우스’다. 옷값이 특별히 싼 것은 르베이지, 구호, 빈폴, 갤럭시 등 제일모직 자체 브랜드에서 재고물량을 기부 받아 판매하고 있어서다. 제일모직은 그동안 3년 이상 된 재고들은 소각해왔다.
‘착한 가게’를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옷뿐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부터 아프리카 어린이, 멸종위기 동물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브랜드 제품들이 있어 쇼핑이 곧 기부로 이어진다. 특히 잘 쓰지 않는 물건을 갖고 와 쓸만한 물건으로 바꿔가는 ‘백 투 쉐어(Bag to Share)’ 코너는 알뜰 주부들에게 벌써 입소문이 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나눔의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늘면서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값싸게 또는 제값에 구입하면서도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친환경 상품, 공정무역 상품 등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상품이니 조금 비싸더라도 사서 쓰겠다는 의무감 없이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 1일 문을 연 스타벅스 대학로점은 스타벅스가 한국 진출 15주년 기념으로 국내 최초로 마련한 ‘커뮤니티 스토어’다. 커피, 음료, 푸드, 텀블러 등 모든 품목이 팔릴 때마다 300원씩 적립된다. 조성된 기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순간 꿈나무를 키우는 데 보탬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성공회푸드뱅크가 운영하는 ‘정동국밥’도 맛있는 국밥을 주변 밥집보다 싸게 먹으면서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식당이다. ‘맛있는 나눔’을 모토로 2012년 4월 문을 열었다.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이들의 끼니 마련에 쓰고 있다.
정동국밥의 주인장(?)인 성공회 김한승 신부는 “지난해 쪽방 주민, 독거노인, 노숙인, 결식아동들에게 국밥 7000그릇과 도시락 2300개, 밑반찬 600여통을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최고의 국내산 식자재만 고집하고 인공조미료는 넣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맛이 깊다. 고기 인심도 넉넉한 이곳의 국밥은 6000원이다. 3년째 이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특정한 달에만 착한 소비를 돕는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아모레 퍼시픽의 ‘헤라’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한정판을 선보인다. 수익의 일부를 여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한다. 14년째인 올해는 ‘하루충전 에센스’로 불리는 헤라의 셀 에센스 대용량(225㎖·7만5000원대)과 손톱을 건강하게 가꿔주는 네일 인핸서(10㎖, 1만5000원대)를 한정판으로 내놨다. 에스티로더도 이달 한 달 동안 핑크색 리본 열쇠고리를 달고 있는 갈색병 리페어(50㎖·15만5000) 한정판을 판다. 수익금 중 일부를 유방암 근절을 위해 대한암학회에 기부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좋은 물건 싸게 사고 기부까지… ‘착한 소비’ 참 쉽네∼
입력 2014-10-06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