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의 ‘직설화법’을 두고 여의도 정가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2012년 대선후보였던 문 위원은 대선 당시에도 ‘돌직구’ 화법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 발언 강도가 더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 평가가 엇갈린다.
문 위원은 지난달 22일 첫 비대위 발언에서 “정치, 정당 혁신은 제가 정치하는 목적이자 이번 비대위에 참여한 이유”라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이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한다. 꼬투리 잡히기 쉬운 말이기 때문이다.
문 위원은 같은 달 24일 비대위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대안을 안 내놓고 있다”며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내린 독재자의 통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증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증세가 아니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서민증세가 아닌 부자증세라고 우긴다”며 “견강부회도 유분수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문 위원의 ‘돌직구’는 자신이 속한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5일 노무현재단 포럼에서는 “새정치연합은 ‘정치 자영업자들의 담합 정당’, ‘출마자들의 카르텔 정당’, ‘대중 기반이 없는 불임 정당’”이라고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2일에도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우리는 협상에서 졌다. 패배를 인정한다”고 했다.
문 위원은 공개 발언이나 원고 속에 들어가는 표현을 직접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위원 측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위원은 항상 직설적이고 스트레이트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법보다 콘텐츠를 봐야 한다”며 “대선 때와 달리 당이 위기에 빠져 있고, 대통령의 정치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기존 톤으로 말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친노(친노무현)계 한 의원도 “다 맞는 이야기 아니냐”며 “당과 청와대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니까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문 위원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내에서는 선명하고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비판 내용보다는 사소한 표현 때문에 여야 공방이나 당내 분란을 일으켜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 새누리당이 즉각 반발하면서 여야 간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독재자’ 발언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격에도 맞지 않고 팩트도 맞지 않는 선동정치”라고 반박했다.
또 문 위원이 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기 없는 당과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이미지 전략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대(VS) 당’ 구도로 자신을 당에서 분리해 보려는 정치적 발언”이라며 “대선주자가 갖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당에 대한 책임성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지지자들은 좋아하겠지만 당 내부에 분열이 생기고, 새누리당으로부터 ‘대선 후보도 자기 당을 욕한다’는 비판을 듣기에 좋은 발언”이라고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선명? 선동?… 문재인 ‘돌직구 화법’ 엇갈리는 평가
입력 2014-10-04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