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중 다쳐 14년 투병 끝 사망한 경찰, 규정상 보상금 ‘0원’

입력 2014-10-04 00:52
공무수행 중에 부상당해 식물인간이 된 한 경찰관이 14년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지만 유족들은 보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공무상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퇴직한 경우 3년이 넘어 사망하면 유족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공무원연금법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인 규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에 근무하다 공무상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해 온 신종환(51)씨가 지난달 8일 사망했다. 신씨는 경사로 근무하던 2001년 3월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난 용의차량을 추격하다가 순찰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이후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지속되자 2002년 10월 의원면직됐다.

당시 신씨의 아내는 남편을 돌보기 위해 직장도 포기한 채 7세와 8세 남매 둘과 함께 장애연금과 뒤늦게 신청한 국가유공자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왔다.

신씨가 지난달 8일 숨을 거두자 광산경찰서는 신씨의 순직 처리 절차를 밟기 위해 공무원연금공단에 문의했지만 공단은 “신 경사는 지급 대상이 아니어서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경찰은 지난 1일 공무원연금공단에 정식으로 심의를 요청했으며 심의가 부결되면 안전행정부에 이의신청을 할 방침이다.

경찰은 신씨가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됐고 그 상태로 지내다 숨진 만큼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료 경찰관들은 지난달 19일 조의금을 모금해 유족에게 전달하는 한편 신 경사를 유족보상금 수령 대상자로 인정해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동료 경찰관은 “공무수행 중 다치거나 질병을 얻어 병자가 되어도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느냐”면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법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광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