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세평 유엔대사 “北, 핵·미사일 발사 계획없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루머”

입력 2014-10-04 00:21
북한의 서세평 유엔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국제적으로 대표하는 제네바대표부 대사가 서방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통해 핵 및 미사일 발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본국과 조율 하에 ‘계산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 대사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미국은 그런 회담을 원하지 않고 있고 한국과 일본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노 노(No No)”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실험들은 미국과 한국이 핵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할 경우에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다만 한·미가 B-52 폭격기와 잠수함 등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에 맞서 군사적으로 항상 경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대사는 “우리가 다른 국가들처럼 핵을 포기했다면 미국은 벌써 우리를 공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비핵화 의무를 준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핵화는 당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 제1비서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그건 날조된 루머”라고 했으며 발목수술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오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한 나라에 인권 대화를 갖자고 했는데 아직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서 대사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해선 “그들이 북한에 불법으로 들어와 죄를 저질러서 재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명이 미국에 협상을 촉구했다는데, 미국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범한 죄의 진상을 알고 석방시키지 않으려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방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어젯밤 별도로 만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신변에 대한 우려사항을 논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문제를 공식 논의한 것은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에 중재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