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2전3기 신종훈, 12년 막혔던 ‘복싱 금맥’ 뚫었다

입력 2014-10-04 00:48 수정 2014-10-04 15:48
신종훈(오른쪽)이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플라이급(49㎏)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비르잔 자키포프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신종훈은 3대 0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연합뉴스
함상명이 복싱 남자 56㎏급 결승에서 승리한 뒤 목에 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전 3기’ 불굴의 복서 신종훈(25·인천시청)이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신종훈은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 결승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를 상대로 3대 0 판정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 복싱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고, 신종훈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8강에서 자키포프에게 무릎을 꿇었던 한을 시원하게 풀었다.

신종훈의 등장은 화려했다. 첫 국제대회였던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복싱 최고의 기대주로 꼽혔다. 다음해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신종훈의 메달 획득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8강전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를 만나 17대 3으로 판정패했다.

그로부터 2년. 신종훈은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아픔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쓸며 세계랭킹을 1위까지 끌어올렸다. 2012 런던올림픽이 찾아왔다. 수많은 팬들은 그가 한국 복싱에 24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 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16강전에서 랭킹 30위권 밖의 불가리아 선수에게 무릎을 꿇으며 다시 한번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런던올림픽의 상흔은 깊었다. 신종훈은 글러브를 내려놓고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배회했다. 하지만 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봐주는 팬들의 마음을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두 달여의 방황을 접고 마음을 다 잡았다.

복귀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해 10월 전국체전 라이트플라이급에서 우승했으나 다음해 5월 국제대회에서 상대 주먹을 맞고 넘어지며 발목을 다쳐 재활훈련을 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선발 1차전에서 후배에게 충격의 패배도 당했다. 다행히 2차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신종훈의 마음가짐은 예전과 달랐다.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차분하게 훈련을 거듭했다. 그리고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4년 전 첫 아픔을 안긴 자키포프를 다시 만났다. 신종훈은 시종일관 맹렬한 공격으로 4년 전 패배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내고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당찬 신예’ 함상명(18)도 남자복싱 밴텀급(56㎏) 결승전에서 중국의 장자웨이를 3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상명은 한국 복싱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처음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학교 1학년에 글러브를 처음 꼈던 함상명은 경기체고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고교 3년생이던 지난해에는 전국대회 고등부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8월 출전한 타이베이 국제대회에서는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이번 대회 돌풍을 예고했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