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7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된다. 올해 국감 대상 기관은 지난해의 630곳보다 42곳 늘어난 672개로 사상 최대 규모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무려 다섯 달 넘게 정쟁으로 허송하는 바람에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해 내실 있는 국감을 하려면 피감기관 수를 줄이는 게 정상이나 여야는 오히려 늘렸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국감 일수가 보름 남짓에 불과해 상임위원회마다 하루 3∼4곳씩 감사해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박 겉핥기, 몰아치기 국감으로 흐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형 트럭 1대 분량의 무리한 자료 요구와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 등의 구태도 여전하다. 당연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와 산하단체는 의원 요구 자료 만드느라, 총수나 CEO가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은 정치권 움직임을 살피느라 본업이 뒷전으로 밀렸다. 국정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국감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국감으로 변질됐다.
여야는 올 초 충분한 새해 예산안 심사와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감사를 위해 국감을 6월과 9월 중 각 열흘씩 분리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세월호 참사로 8월과 10월 실시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세월호 정국 와중에 끝내 물거품이 됐다. 이로 인해 자료 준비에 들어간 혈세 수십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여기에 동원된 인력의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그런데도 여야의 대국민 사과는 들리지 않는다.
시급히 청산해야 할 국감 적폐 가운데 하나가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이다. 산업통상자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는 대기업 총수와 CEO를 무더기로 증인 채택했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수많은 기업인을 국감장에 세웠으나 질문 한 번 안 하고 그냥 돌려보낸 경우가 허다했다. 꼭 필요한 경우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반대급부를 바라고 기업과 기업인을 길들이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기업인을 증인으로 세울 까닭이 없다. 국정감사는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는 자리이지 국회의원이 갑질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설] 겉핥기·군기잡기式 국감 더 보고 싶지 않다
입력 2014-10-0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