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입은 뒤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선 한국 여자유도 78㎏ 이상급의 김은경(26·동해시청). 그의 열정에 관중은 코끝이 시큰했다. 한국에 0대 13으로 패한 뒤에도 환하게 웃은 몰디브 여자축구 선수들. 그들의 도전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40억 아시아인들이 함께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16일간 열전을 마치고 4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열정과 감동이 어우러진 한바탕 잔치였다. 다만 대회 기간 내내 주경기장을 밝혀야 할 성화가 꺼지고,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등 조직위원회의 미숙하고 부실한 대회 운영은 옥에 티로 남았다.
◇와르르 쏟아진 세계신기록=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 선수와 임원 1만4000여명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경쟁한 이번 대회에서 ‘빅3’ 중국, 한국, 일본은 여전히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아시아 최강 중국은 이번에도 여유 있게 종합 1위에 올랐다. 한국은 목표로 잡았던 금메달 90개를 따내진 못했지만 일본을 누르고 5회 연속 2위를 수성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기록 면에서 풍성한 결과물을 남겼다. 3일 현재 세계신기록이 모두 17개나 쏟아졌다. 역도에서 가장 많은 12개가 나왔고, 사격(4개)과 양궁(1개)이 뒤를 이었다. 이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나온 세계신기록(3개)의 6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세계신기록 레이스의 시작을 알린 것은 북한 역도였다. 엄윤철(23)은 지난달 20일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6㎏급 경기에서 용상 세계신기록(용상 170㎏)을 세우며 이번 대회 북한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북한은 역도에서 5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역도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도 2개의 세계신기록을 만들었다. 사격의 여자 더블트랩 김미진(34·제천시청)과 여자 컴파운드 양궁 대표팀(최보민·석지현·김윤희)이 주인공이다.
◇희망을 본 스포츠 약소국들=인천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5개 참가국 모두 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날 오후 현재 참가국 45개국 중 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 국가는 8개국에 달해 인천시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인천시가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비전 2014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포츠 약소국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도 메달밭을 일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비전 2014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자유도 52㎏급 굴바담 바바무라토바(23·투르크메니스탄)는 이변을 연출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굴바담은 “2012년 인천 송도에서 비전 2014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기량이 일취월장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양궁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에 출전한 델라 크루즈 폴(28·필리핀)과 역도 남자 69㎏급에 나선 모하메드 카딤(19·이라크)도 ‘비전 2014 프로그램’을 통해 조국에 소중한 동메달을 안겼다.
시에드 알리프 하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은 “비전 2014 프로그램이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며 “선수들 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덕분에 역대 어느 대회보다 많은 아시아인들이 인천에서 펼쳐진 명승부에 감동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16일간 열전·감동 뒤로하고… 10월 4일 폐회식
입력 2014-10-04 00:57 수정 2014-10-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