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자택으로 옮길 듯… 퇴원 대비 일부 내부공사

입력 2014-10-04 00:50
의료진과 가족들이 장기 입원 중인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을 자택으로 옮겨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삼성그룹이 76년의 역사에서 크게 변화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힘겨운 과제를 맡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그룹은 3일 “퇴원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는 것은 맞는다”며 “퇴원 시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 침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의료용 승강기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의료진과 가족은 이 회장이 편안한 자택에서 치료를 받으면 인지·판단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자택 치료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5개월 가까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주변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아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변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인지·판단능력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승계를 기다리며(Waiting in the wings)’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이 처한 상황과 경영권 승계 작업, 이 부회장의 과제 등을 조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다시 경고 수준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이제는 변화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황제경영 스타일의 아버지와 달리 겸손하고 온화한 인물로 평하고 있고, 절제된 성격이 지금 삼성에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힘겨운 과제를 떠맡고 있다”면서 “그가 승계할 때는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라’는 연설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