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목회자, 교단 총회장 첫 연임… 예장고려개혁 총회장 손용헌 목사

입력 2014-10-06 02:01
예장고려개혁 총회장에 연거푸 당선된 1급 시각장애인 손용헌 목사.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교회와 소외 이웃을 섬기다 보니 행복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장고려개혁 제공

시각장애인 목회자가 일반인도 힘든 교단 총회장에 두 번이나 당선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려개혁 손용헌(67·대전변동교회) 목사다.

손 목사는 지난달 16일 대전변동교회에서 열린 예장고려개혁 제64회 정기총회에서 100여개 교회 목회자와 장로 대의원 96명을 대표하는 총회장에 재선됐다. 한국교회사에서 시각장애인이 교단 총회장에 연임된 것은 처음이다. 고려개혁 총회는 한국교회연합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가입 교단이다.

대의원들의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된 손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섬기는 종의 자세로 교단과 교회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고려개혁 한남노회장과 부총회장 등을 거친 그는 “평소 총회 행사나 목회자들을 후원하고 섬기다 보니 총회장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교단 발전 계획을 묻자 그는 “바른 신학과 신앙을 실천하는 고려개혁 총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총회장으로서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연합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교단의 위상을 높이고 농어촌 미자립교회와 개척교회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이단 문제의 심각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등에서 보듯이 이단사이비의 해악이 심각해지고 있어 적극 대처할 것”이라며 “내년 5월 총회 수련회 때 이단전문 강사를 초청해 세미나 등을 열어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당진에 살던 손 목사는 20세 때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시신경 위축으로 시력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부모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를 절에 양자로 입적시켰다.

두세 달이 지난 뒤였다. 절 방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네가 왜 여기 있느냐”는 음성을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말했는지 마당까지 나와서 여기저기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이때 또다시 선명하게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 “네가 왜 여기 있느냐.”

신비한 체험을 한 그는 곧바로 절에서 나왔다. 어릴 때 다니던 교회에 다시 출석하면서 얼굴에 웃음이 생기고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나님 안에 천국의 소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욱 사기가 충천했다. 점자와 안마, 침술 등을 배워 안마사와 침술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후 그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상경해 신학교에 입학했다. 침술원을 운영하면서 경기도 광주 계약신학교와 서울 청파동 대한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고 꿈에 그리던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신학교 2학년 때 기도원에서 처음 만난 김순희(67) 사모와 결혼해 딸 셋, 아들 하나를 뒀다. 첫딸 은정씨는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다. 외아들 양원씨는 총신대 신대원을 나와 목사가 됐고 캐나다 트리니티신학교에 유학 중이다.

그가 1983년 개척한 대전변동교회는 소외이웃을 섬기는 교회로 유명하다. 대부분 비장애인인 300여명의 교인과 함께 대전 서구 봉곡동에 노인쉼터를 운영하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돕고 있다. 또 대전맹학교와 한마음복지원에서 지압과 침술 등으로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 필리핀 러시아 태국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하는 것도 교회의 주된 사역이다. 국내에 온 몽골 유학생에게 복음을 전하고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기독교방송에서 주일 오후 방영되는 손 목사의 설교는 인기가 많고 유튜브에서도 화제다. 대전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기도 한 그는 현재 한국시각장애인기독교연합회 이사, 대전기독교방송 운영이사 등을 맡고 있다.

손 목사는 “올해는 유독 총회 행사가 많아 시각장애인 총회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다른 목회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잘 감당할 수 있었다”며 “한국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예수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와 성도들이 줄을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