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5)씨는 요즘 부쩍 심해진 탈모증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탈모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보고, 유명한 탈모 카페에 가입해 이런저런 정보도 뒤져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그는 한 탈모치료 전문클리닉을 방문,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피부과학적으로 탈모는 더 이상 난치성 질환이 아니다.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 남성형 탈모증도 조기에 치료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머리 속이 훤히 보이는 여성형 탈모증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
화제의 신간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사진)의 저자 홍성재 박사(웅선의원 원장)의 도움으로 가을철에 더 심해지는 탈모예방 및 극복법을 알아본다. 홍 박사는 탈모를 유전과 환경의 복합요인으로 설명한다. 특히 머리카락으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탈모는 유전과 무관한 환경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급한 마음부터 버려라=탈모치료의 적은 조급한 성취심리다. 탈모는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치료해야 성공할 수 있다. 탈모치료가 마라톤에 비유되는 까닭이다. 보통 2개월부터 6개월 이상 소요된다. 바쁜 현대인이 6개월 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탈모치료엔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기간에 속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탈모가 진행된 기간과 비례한다.
두피의 건강상태, 음주 여부, 두피의 영양분 공급 상태와도 연관이 있다. 정형화할 수 없지만 탈모 기간이 3년 정도면 치료기간은 대략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효과는 치료 종결 후 2개월이 지나면서 나타난다.
탈모치료를 하면 처음 두 달 동안엔 오히려 탈락하는 모발의 수가 증가한다. 이른바 ‘쉐딩 현상’이다. 탈모치료 초기에 미녹시딜 성분의 탈모치료제를 바르면 초기 2∼3개월 동안 탈락하는 모발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치료 중 쉐딩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쉐딩 현상은 탈모치료 환자의 20∼30%정도가 경험하는데 새로운 모발이 성장하면서 휴지기 상태로 정체된 모발들을 밀어내 갑자기 탈락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모발이 다시 자라나는 모발 주기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탈모치료 시 모발이 자라는 과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머리털이 굵어지거나 빠지던 머리카락이 더 이상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모발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탈모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 후의 유지다. 머리숱이 회복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빠진다면 치료의 의미가 없다.
◇10개월 동안 열네 번 치료해라=홍 박사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법으로는 성장인자와 항산화제, 그리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이 있다”며 “이들 약제를 적절히 복합처방하는 방식으로 처치하면 머리가 다시 무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합이다. 탈모 상태에 따라 어떤 약을 어떻게 쓰는가가 관건이다.
홍 박사가 권하는 치료법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탈모가 진행 중인 두피에 성장인자와 항산화제를 주사한다. 1주 간격으로 총 8회 주사한다. 모낭세포의 분열이 촉진되면서 모발이 자라는데 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다음 치료는 2개월부터 4개월 사이에 모발이 본격 성장할 때 이뤄진다. 한 달에 0.5∼1㎝씩 자란다. 이때는 2주에 한 번씩 성장인자와 항산화제를 총 4회 투여한다.
마지막 단계는 모발 유지기간이다. 치료 후 5∼6개월간 모발이 자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이 기간에는 4주 간격으로 한 번 더 성장인자와 항산화제를 주사한다. 그 다음부터는 잘 자란 모발이 다시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 박사는 “탈모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제품의 오남용은 부작용을 초래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부작용도 문제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탈모치료를 할 때는 일정 기간 집중하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탈모’, 시간과 끈기…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효과
입력 2014-10-06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