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냅시다.”
주일날 교회를 다녀오던 길에 한 대형 교회 벽면에 큼직하게 걸린 글귀를 보았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글귀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실제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평탄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생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 60세가 된 여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래도 잘 살아냈다는 생각에 자랑스럽습니다”는 말씀이었다. 유독 가슴을 울리는 한 대목은 ‘살아냈다’는 것이었다. 또 한 모임에서 40세를 막 넘어선 부부는 이런 얘기를 했다. “저희들이 평탄하게 보이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남에게 털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희들의 문제였다면 그래도 좀 쉬웠을 텐데 가족의 심각한 문제라서 그걸 다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실 삶에는 바닷가의 파도처럼 크고 작은 문제가 밀려온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가 밀려오고, 그것이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닥쳐온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나누는 대화 중에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좀 살 만할 때가 되면 갈 때”라는 소리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들의 인생살이가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이들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살아간다. 이따금 그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의 종착역까지 삶이란 항해를 완주해 내게 된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신 분들에게 인생의 다양한 문제나 고난 혹은 역경은 특별한 과제로 바뀌게 된다. 이는 참으로 특별한 체험에 해당하는데, 혼자서 내가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게 간구함으로 문제 해결책을 구하게 된다. 이는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어려운 시간을 만난 분들이라면 성경의 문장들을 붙잡고 나아가면서 용기와 위안 그리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문장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1∼3)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에서 시편은 아름다운 시구들의 조합일 뿐이다. 하지만 성경의 특정 말씀을 반복해서 읽고 듣고 묵상하면서 갖게 되는 확신은, 믿는 사람들에게 시편 말씀은 말이나 글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생명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몇 대목을 더하면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주님과 함께하는 길이면 형극의 길이라 할지라도 더 큰 그릇됨을 위한 주어진 길임을 확신할 수도 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이 말씀을 묵상하는 믿음을 가진 분들은 자신이 어떤 곤란한 상황에 처하였다 하더라도 주님의 동행을 확신할 수 있게 된다. 말씀의 묵상이 주는 놀라운 용기와 위안 그리고 지혜는 믿는 자에게 주어진 길이 어떤 길이든지 간에 기쁨과 희망의 길이 될 수 있음을 가능하게 해 준다.
사람이 자신의 노력과 의지와 지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세월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보이지만 실상 그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란 것이 무척 제한적임을 가르쳐 준다. 그런 진리를 인생의 어느 순간에 크게 깨우치더라도 성경의 말씀이 진리임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 불가사의할 뿐이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은혜이고 축복이라면 시편 말씀처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려운 문제가 오면 사람들은 툴툴대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게 된 것만으로 축복받은 인생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한 그런 자각은 자신에게 그 어떤 어려운 과제들이 주어지더라도 그런 어려움을 자신의 성장 과정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체험을 가진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복 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시 1:2)라는 성경 말씀과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라는 말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의 세상 읽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력 2014-10-04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