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들이 핵가족화·고령화·미혼 현상이 심화되면서 5시간에 1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 곁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정부 차원에서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성도 한 사람이 네 사람을 돌볼 수 있는 막강한 조직력과 힘을 활용한다면 고독사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더 이상 강 건너 불 아니다=한국방송(KBS)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백한 고독사는 1717건이었다. 고독사 중 50대가 가장 많은 29%, 40대는 17%에 달했다. 30대 이하도 6.2%나 기록했다. 가장 많을 것 같은 70대는 9.1%, 60대는 17.7%를 차지했고 기타가 21%였다. 과거 고독사는 독거노인에게 집중됐지만 최근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젊은층이나 노년층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 추정치는 453만9000가구로 전체의 25.3%를 차지했다. 4가구 중 한 가구가 나 홀로 가족인 셈이다.
생명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생사모·대표 유수열 노량진교회 장로)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백성기(62·할렐루야골프단 단장) 목사는 “60대, 70대는 인생의 수많은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이전 세대에 비해 낮은 편”이라면서 “반면 실직이나 가정파탄 등의 위기에 처한 40대, 50대는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가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에 고독사 비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 목사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변호(47·서울 광진구 영광교회) 목사는 “2014년 현재 471만여명이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한국교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독사 쓰나미 해결방법은 없나=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더 빨리 시작된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보다는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주 임무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신청할 수 있는 ‘응급키트’는 유사시 구조요원들이 가족들의 연락처, 질병 이력 등 구급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적혀 있다. 아파트에는 ‘고독사 예방센터’가 있어서 우편물이 많이 쌓여 있거나, 밤에 전등이 켜져 있지 않은 곳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서울시 중구의회는 지난달 4일 건강한 노후생활과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중구 홀몸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중구는 매년 고독사 예방을 위한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하게 되며 민·관 협력으로 고독사 예방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서울 성동구 옥수중앙교회는 10여년 동안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매일 우유로 안부를 묻는 운동이다. 어제 배달한 우유가 쌓여 있으면 교회로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하이패밀리 송길원(57) 대표는 올겨울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예방프로그램으로 ‘가래프로젝트(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미리 막는다는 의미)를 제안했다. 교회가 구축하고 있는 인간관계망(구역, 순, 다락방 조직 등)을 조금만 활용한다면 어마어마한 선교어장을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송 목사는 “누구나 처음부터 외로운 사람은 없다”면서 “한국 교회가 더 이상 늦기 전에 ‘호미로 할 일, (미리) 가래로 끝내는’ 사역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 ‘고독사’… 메마른 사회 쓸쓸히 살다 쓸쓸히 떠난다
입력 2014-10-0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