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과학, 조화로운 공생 길 찾아라… NCCK 교육훈련원 학술제

입력 2014-10-06 02:06
과학과 신학은 흔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으로 불린다. 과학에 대한 지나친 신봉이 신학에 대한 비판과 경멸로 가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어 온 것도 이 둘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달 초 별세한 현대신학의 거장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가 신학을 보편과학의 하나로 이해한 것처럼 신학과 과학의 조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교계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이 최근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에서 개최한 ‘제6회 신학대학원연합 에큐메니컬 학술문화제’는 “신학과 과학이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학술문화제에는 성공회대, 장신대, 감신대, 한신대, 구세군사관학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신학교육원 등 6개 신학교 학생 100여명이 참여했다.

현우식(호서대 과학신학) 교수는 ‘왜 신학과 과학인가’라는 강연에서 “과학은 이 시대의 가장 보편적 언어이자 가장 중요한 언어적 도구”라며 “새로운 신학은 과학의 언어로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학은 성서가 다양한 콘텍스트(context·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보여주는 학문”이라며 “현 시대에서 진정한 콘텍스트 과정을 수행하려면 신학은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과학과 신학이 ‘한계적 질문(limit-question)’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시간은 실재하는가’ ‘우주는 무한한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됐나’ ‘생명의 기원은 어디인가’ 라는 근본 문제들이 한계적 질문”이라며 “이러한 물음에 다가설 때 과학과 신학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석(성공회대 신학) 교수는 논찬에서 현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도킨스가 공격하는 신은 어이없게도 현대 신학자들이 말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히브리 성서에 묘사된 가부장적이고 편협한 신”이라며 “과학자인 도킨스가 콘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서의 문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신학과 과학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신대 신대원 이주형씨는 “종교가 과학에 비해 비논리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건 성서 문자주의에 치우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며 “과학과 신학은 각기 다른 도구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 만큼 반목하고 갈등할 관계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신대 신대원 이진호씨도 “신학은 신의 관점에서, 과학은 인간의 관점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것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모두 인간에게도 이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도구인 만큼 서로 소통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