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비밀 지키기

입력 2014-10-04 00:11
지인에게 카카오톡(카톡)이 왔다. 내용은 두 친구가 나눈 대화였다. 한 친구가 어느 날부터인가 아주 다정한 미소와 함께 자기 부인을 “허니” “달링”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에 또 다른 친구가 넌지시 물었다. “자네 많이 변했네. 언제부터 자네 집사람에게 달링이니 허니니 한거야? 닭살이 다 돋네.” 그러자 그 친구가 대답했다. “자네 내 말 절대로 비밀로 할텐가?” “알았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사실은 마누라 이름을 잊어 버렸어.” 웃어넘기기에는 씁쓸한 이야기지만 부부간의 대화를 달링이나 허니로 시작한다면 일단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비난, 경멸, 방어, 도피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허니, 당신 도대체 왜 그 모양 그 꼴이야?”라고 하거나 “달링, 무식하기는, 도대체 아는 게 뭐야?”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학자들이 많은 부부를 관찰한 결과 서로 대화를 시작하는 3분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왜?” “또 왜?” “도대체 왜 그게 문젠데?”로 시작하는 비난이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 골라 하기, 상대방이 말하고 있을 때 엉뚱한 곳 보기, ‘흥’ 하고 조소하기, 상대방의 단점을 흉내 내거나 농담으로 받아치기, 아무데서나 이름 불러대기 등을 이 3분 안에 한다면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야. 그때 네가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내 인생이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하고 상대에게 난폭한 말을 하여 자신을 방어하거나 상대의 말을 들은 척 만 척하고 무감각하게 행동하는 것이 부부관계의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아내의 이름을 잊어 버렸더라도 달콤한 호칭으로 시작되는 3분의 말이 있다면 서로 보따리 쌀 일은 없을 것 같다. 단 이 비밀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카톡 속 주인공의 큰 잘못은 친구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비밀을 들은 친구는 “이건 비밀인데”하고 자신의 아내에게 말할 것이고, 그 아내는 결코 비밀을 지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