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무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은 수도원 부설 채소시장이 있던 자리다. 1970년대 채소시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은 수공예품과 의류 등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멋진 관광코스가 됐다. 코벤트가든에선 수시로 공연이 열려 관광객의 흥을 돋운다.
미국 보스턴 시내의 퀸시마켓은 189년 된 전통시장이다. 40년대 이후 백인 중산층이 교외 쇼핑몰로 몰리자 개발자 제임스 라우즈는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시장, 이른바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 개념을 도입했다. 고급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카페뿐만 아니라 지역 특유의 고유 음식점과 푸드센터,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갤러리와 골동품 가게, 공방, 옷 가게 등을 입점시켜 성공을 거뒀다. 문화와 예술에 기반을 둔 창의적 소매점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는 점에선 서울 북촌의 성공과 일맥상통한다.
전통시장의 변신을 꼽자면 서울 서촌 통인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엽전을 구입해 시장의 반찬 가게들을 돌며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먹는 도시락카페가 명물이다. 주말이면 도시락카페 앞에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10, 20대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설 정도다. 이중섭이 미도파 화랑전시회를 준비했던 가옥, 이상의 집터, 윤동주 하숙집 터, 박노수미술관 등 서촌의 역사적 명소들을 접목한 것도 통인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과 이중섭 문화거리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
2002년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후 3조5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시설을 현대화하고 주차장 지으라고 지원한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샌 것도 원인일 터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현대화와 서비스 개선도 필요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고객들은 저절로 찾아온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한마당-이명희] 전통시장의 변신
입력 2014-10-04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