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가 예감되던 연장 후반 종료 직전이었다. 임창우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이 흘러나오자 오른발 슈팅을 날려 북한의 골문을 활짝 열었다. 문학벌을 들썩인 ‘한반도 더비’의 승자는 한국이었다.
2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임창우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한국이 아시아게임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1970년 방콕 대회(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 대회(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대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란과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이다. 또 사상 첫 무실점 승리를 거둬 기쁨이 더했다.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 이후 36년 만에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한국과 북한.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엔 긴장감이 팽팽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양 팀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격돌하며 명승부를 펼쳤다.
축구에선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초반에 상대의 기세를 꺾어 놔야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 아시안게임 상대 전적에서 호각지세(1승1무1패)를 이루고 있던 양팀은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찔렀다. 한국은 호시탐탐 북한의 뒷공간을 노렸고, 북한은 거친 몸싸움으로 받아쳤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한국 선수들에게 몸을 부딪치며 도발했다. 의도적인 반칙인 듯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이에 말려들지 않았다. 전반 17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북한 이혁철이 뒤에서 크로스가 날아오자 높이 뛰어올라 헤딩슈팅으로 연결한 것이다. 한국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날려 간신히 잡아냈다. 윤종수 북한 감독이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전반 40분 관중석에서 “악” 하고 소리가 났다. 김승대가 낮고 빠른 오른쪽 코너킥을 날리자 이종호가 몸을 날리며 헤딩슈팅을 날렸다. 북한 골키퍼에게 막히긴 했지만 약속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양 팀은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너무 수비에 치중한 것이 아쉬웠다.
후반이 시작되자 북한의 파울이 더 거칠어졌다.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이종호와 손준호가 북한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당해 그라운드에서 뒹굴었다. 4강전에서 연장전을 치른 북한이 지친 기색을 보였다. 한국은 북한에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쳤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후반 28분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광룡이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슈팅을 날려 크로스바를 맞춘 것. 이후 지루한 공방전 끝에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이광종 감독은 0-0으로 맞서 있던 후반 3분 이종호를 빼고 김신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신욱에 흔들린 북한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한반도 더비… 임창우가 끝내줬다
입력 2014-10-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