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공포에 빠진 미국… 감염 남성, 3개 대륙 4개 공항 거쳐 귀국

입력 2014-10-03 05:56
미국 의료진이 자국 내 첫 에볼라출혈열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미국 외 다른 나라로의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 거주했던 42세 남성 토머스 에릭 던컨(사진)은 지난달 15일 몬로비아에서 에볼라 환자의 이송을 돕다가 감염됐다. 던컨은 지난달 19일 몬로비아의 로저스 국제공항을 떠나 20일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뒤 여기서 유나이티드항공으로 갈아타고 같은 날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여기서 그는 비행기를 갈아탄 뒤 최종 목적지인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유럽, 미주 등 3개 대륙의 4개 공항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게다가 그가 미국에 입국한 뒤인 26일 처음으로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에볼라 바이러스 증상을 감지한 던컨은 당시 의료진에게 라이베리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의료진은 ‘낮은 단계의 전염병’ 정도로 오진해 항생제만 처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던컨은 28일 증상 악화로 앰뷸런스에 실려 와 입원했다. 텍사스주 보건 당국은 던컨이 그 이틀간 8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해 이들을 격리하고 감염 여부를 정밀조사하고 있다. 던컨을 병원으로 옮긴 3명의 응급차 의료진은 에볼라 감염 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댈러스 교육청은 각각 다른 학교 4곳에 다니는 초·중·고교생 5명이 지난 주말 던컨과 접촉했으나 아직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댈러스와 인근 지역에서 뚜렷한 동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예정된 모임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서아프리카 5개국의 감염자가 7178명, 사망자는 3338명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최초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로드아일랜드주 보건부가 발표했다. 로드아일랜드주 컴버랜드 출신의 10세 소녀는 흔치 않은 황색포도상구균 및 엔테로바이러스(EV-D68)로 명명된 호흡기 바이러스의 합병 증세로 지난주 사망했다. EV-D68은 장염을 유발하는 엔테로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심한 기침과 오한, 고열, 호흡곤란 증세를 동반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9월 말 현재 41개 주에서 EV-D68 감염 사례 472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