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10전 11기’ 눈물의 첫 승… 여자 럭비 대표팀 투혼의 트라이 ‘감동’

입력 2014-10-03 04:16
경기 종료 직후 선수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오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토록 염원하던 1승을 거뒀다는 생각에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10전 11기. 10번의 패배 끝에 마침내 거둔 값진 1승이었다. 불굴의 의지가 빛을 발한 것이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9·10위 결정전에서 라오스를 34대 0으로 물리쳤다. 시상대 맨 위에 선 것도 아니었고 10개국 중 겨우 9위를 차지했지만 의미는 남달랐다. 충분한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 럭비처럼 선수 층이 두터운 것도 아니다. 심지어 역사도 짧다. 1승이 빛나는 이유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지난 광저우대회 6전 전패의 아픔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싱가포르와의 첫 경기에서는 19대 0으로 패했고 이어 열린 일본과의 대결에서도 50대 0으로 졌다. 같은 날 마지막 경기였던 중국에는 64대 0이라는 대량 실점으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하루만에 3패를 당했다. 지난 1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선취점을 냈지만 10대 7로 역전패 당했다. 10전 10패였다.

그러나 2일 열린 라오스와의 경기는 달랐다. 이날 대표팀은 앞선 경기에서 겪었던 설움을 털어내듯 전반부터 강하게 상대를 몰아쳤다. 마지막 경기. 한국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전·후반 합계 34점. 무실점의 깔끔한 승리였다.

우리나라는 여자 럭비 프로팀이 없다. 대학팀 하나와 동호인 클럽 2개가 전부. 특히 여자 럭비 대표 선수 12명 중 상당수가 대학생, 예비 사회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대표팀도 겨우 꾸렸다. 지난 3월에야 선발전을 통해 대학생과 예비 사회인으로 12명의 선수를 모았고 4월부터 6개월간 훈련에 돌입했다. 피부는 검게 탔고 손바닥은 부르텄다. 피부가 까지고 다치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여전사가 돼 갔다. 그리고 연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달린 끝에 기어코 목표를 이뤄냈다.

인천=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