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안전예산에 안전 정비인력 외주화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은 전혀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발생한 지하철 사고 등 잇따른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정비 업무 외주화를 지적해 왔다. 정부가 철도시설 개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만 집중하고 시설물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 원인엔 정비 업무 외주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상왕십리역에서 2호선 열차 추돌 사고를 일으킨 신호기에 대한 정비는 외주업체가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은 “외부에 맡기다 보니 누구도 책임지고 안전 정비를 하지 않았다”고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KTX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외주업체 직원들의 인건비 수준은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직원 인건비의 36%에 불과해 매년 이직률이 24.5%에 이른다”며 “잦은 인력 교체로 정비 경험이 축적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안전예산 세부 투자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비 업무 외주화를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0원이었다. 안전 정비 인력을 확충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없었다. 인력에 대한 예산은 재난관리전문인력양성(6억원), 안전교육전문인력양성(2억원)뿐이다. 대신 SOC 관련 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방하천정비사업으로 6600억원, 수리시설 개보수에 5297억원, 도로유지보수에 477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평상시에 안전관련 장비를 관리·점검하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없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일 “정비 인력 보충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의 예산을 투입해서 해결할 과제”라며 “국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외주화는 오히려 전문적인 민간 업체가 정비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정부는 일상적인 안전관리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며 “정비 업무를 외주로 주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면 제2의 세월호 사고, 제2의 열차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도 “소방장비 보강, 스크린도어 설치 지원도 사실 지방재정으로 해결할 일이지만 이번엔 중앙 예산을 지원한다”며 “정비 업무 외주화에 중앙 예산을 투입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지하철 사고 불렀던 ‘정비 외주화’ 개선 2015년 예산 ‘0원’
입력 2014-10-03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