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광·마늘·신데렐라·아이언맨 주사… 미심쩍은 시술이 늘어난다

입력 2014-10-03 03:31

직장인 A씨(26)는 요즘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 침대에 눕는 일이 잦다. 피부 탄력과 미백에 도움을 준다는 ‘물광 주사’를 맞기 위해서다. A씨의 친구는 피로 회복과 정력에 좋다는 ‘마늘 주사’를 맞는다. 직장인들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과 강남에는 정체불명의 주사 시술을 광고하는 병원이 대폭 늘었다. 이들 병원은 ‘10회 정기권 구입 시 할인’ 등 각종 마케팅을 내세우며 주사를 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시술들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과음한 이튿날 포도당 등의 수액을 맞는 경우는 직장인들 사이에 알려진 피로회복·숙취해소 요법 중 하나였다. 일본에서는 ‘덴테키(てんてき·물방울) 10’이라고 불리는 ‘10분 링거 서비스’가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포도당 주사가 인기를 끌자 몇 년 전부터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이 수액에 각종 성분을 넣어 팔기 시작했다. 약물 주입 시간이 짧은 간단한 주사여서 근무 중 짬을 내 시술받으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연예인들이 피부 미백을 위해 맞는다는 ‘백옥 주사’는 항산화 성분으로 활성산소를 억제·제거하는 글루타티온에 비타민과 무기질 등을 배합한 주사다. 글루타티온은 파킨슨병 환자의 강직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투여하는 성분이다. 백반증과 저색소증을 유발하고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등 각종 부작용이 학계에 보고돼 있다.

‘신데렐라 주사’도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 전 필수 항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병원들이 예비신부 피부관리 코스에 이 주사를 넣어 고가에 판매한다. ‘리포아란 주사’라고도 불리는데, 주 성분은 치옥트산으로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 피부색을 밝게 만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적은 양의 치옥트산을 알코올과 함께 신체에 주입했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언맨 주사’라며 기존 리포아란 주사에 아연을 추가한 변형 주사도 생겨났다. 강남의 한 유명 비뇨기과에서는 이를 전립선 건강, 탈모 예방, 면역력 증강에 효과적이라며 광고 중이다. 이 병원은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들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주사가 필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연은 단순히 신진대사 작용을 돕는다는 것 외의 효능이 검증된 바 없어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이들 주사는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내세우고 있는 데다 가격도 상당하다. 적게는 회당 3만∼5만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원을 호가한다.

서울대 의대 김용식 교수는 2일 “용액을 이용한 주사제 치료는 약물이 피부와 전립선 등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특정 혈관에 머무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히 밥을 잘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주요 영양소들을 하루권장량만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