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마저… 소비자물가 1%대로 하락 디플레 우려

입력 2014-10-03 04:39

근원물가 상승률이 7개월에 만에 다시 1%대로 내려앉았다. 근원물가 하락으로 23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D(디플레이션)의 공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장기적인 저물가 상황이긴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지난 6월 1.7%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1.1%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5∼3.5%)와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근원물가도 하락세라는 점이다. 지난 6월(2.1%) 이후 8월까지 2.4%까지 상승하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9%까지 떨어졌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 품목에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조사한 지수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영향을 받는 물가 변동분을 제외해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물가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기준금리 결정에 주요 참고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추가 금리인하 요구 목소리에 대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내세우며 방어했다. 이 총재는 당시 “수요 측면에서의 기조적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대 초반”이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근원물가마저 1%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꺾이면서 전반적인 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근원물가가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근원물가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물가가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디플레이션 신중론도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근원물가가 한달 1%대로 떨어진 것으로 앞으로의 물가 추세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물가가 조정된 후에 내년에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신중론에 기울어져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0%대로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크게 위험하다고 보고 있지 않다”며 “근원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