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강연서 눈물 흘린 김우중

입력 2014-10-03 03:38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일 오후 모교인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강연’에서 특강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개발도상국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돼서 ‘선진 한국’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2일 연세대 대우관 각당헌에서 열린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초청 특강’을 통해 후배들과 만났다. 연세대 경제학과 56학번인 김 전 회장은 원주캠퍼스 부지를 기증하는 등 모교 후원에 앞장섰지만 공개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회장은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와 백양로에서 멀리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이 전부 내 것인 것처럼 자신감이 충만해졌다”며 오랜만에 교정에 들어선 감회를 밝혔다. 그는 해방 후 한글로 교육받고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뒤 기업 활동을 시작한 첫 세대다. 31세에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을 창업해 30여년 만에 자산 총액 76조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야기는 ‘대우 신화’로 남았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은 후배들에게 “비록 나는 ‘세계경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후배 세대가 해외로 눈을 돌려 ‘제2의 창업세대’로 더 큰 꿈을 완성해 달라”며 “자신감을 갖고 창조적으로 접근하면 선진국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환위기 시절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잃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하라는 대로 하다 우리 경제에 많은 불이익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강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전·현직 대우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 YBM(Young Business Managers, 청년사업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의 경영 현장을 다니며 멘토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