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10년 간식’ 초코파이(사진)가 최근 북한당국 지시로 사실상 퇴출된 뒤 새로운 간식을 둘러싼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초코파이의 빈자리를 ‘찰떡파이’가 채우는가 싶더니 이번엔 북한 제과업체가 개성공단 간식용 과자를 납품하겠다고 나섰다.
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개성의 제과업체인 ‘아리랑식료합영회사’ 소속 외판원이 공단에 들어와 일부 입주기업에 자사 제품인 ‘봉동과자’ 샘플을 나눠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봉동과자는 봉지에 담긴 쿠키 형태로 개성 시내에서 유통되는 스낵 중 하나다.
하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코파이 맛에 길들여진 북한 근로자의 기호에 한참 못 미쳤다고 한다. 입주기업도 맛없는 과자를 제공해 이득 볼 게 없는 만큼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간식 제공은 10년 전 몇몇 입주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 근로자들에게 초코파이를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입주기업 전체가 주기 시작했고, 개수도 하루 6개로 통일했다. 간식으로는 소시지, 커피믹스, 율무차, 라면도 있었지만 초코파이의 인기가 으뜸이었다.
북한 근로자들에겐 간식은 ‘노력보호 물자’로 불리며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현물 인센티브의 성격도 띠고 있다. 매달 근로자 한 명에게 지급되는 간식은 60∼70달러(6만3000∼7만4000원)어치다. 북측 근로자 수가 5만3000명임을 감안하면 북한에 유입되는 남한 가공식품 양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개성공단 간식시장 규모도 월 300만 달러(32억원) 이상이다. 때문에 북한이 봉동과자를 앞세워 간식시장에 진출해 추가적인 외화벌이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차제에 북한에 유입되는 남한 가공식품 양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초코파이가 퇴출된 것도 북한 지도부가 초코파이를 ‘체제 위협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들이 ‘초코파이계’를 만들어 20개, 60개씩 모아 박스째로 장마당(시장)에 팔아 큰 돈을 버는 일이 많아졌고 장마당에선 초코파이 유통망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당국은 지난 7월쯤 초코파이 반입을 전면 차단시켰다. 그러자 겉에 아무 표시가 없는 포장지로 바꿔서라도 초코파이를 지급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입주기업이 제조사인 오리온에 무지 포장지로 싸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으나 오리온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찰떡파이를 주고 있지만 인기가 예전 초코파이만큼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개성공단 간식, 초코파이→찰떡파이→봉동과자?
입력 2014-10-03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