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교단 총회에서 논의된 여성 목회자의 처우는 교단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여성 목회자를 감안해 목사 자격 규정을 수정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 임원으로 여성 장로를 임명했다. 하지만 올해도 여성의 성직 진출과 총회 활동을 제한하는 교단이 적지 않아 앞으로도 교계의 유리천장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목회자, 일부 교단 내 정치적 입지 확대=기침은 제104차 정기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 관련 규약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목사 자격 요건을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남자’에서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자’로 개정해 목회현장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목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1994년 여성 목사 안수를 실시한 예장통합은 제99회 정기총회에서 최초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예장통합은 김순미(58·서울 영락교회) 장로를 총회 서기로 임명해 여성 목사 안수를 실시한 지 20년 만에 여성의 교단 정치 참여에 물꼬를 텄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어느 교단보다 교회 내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섰다. 기장은 이번 총회에서 교단의 양성평등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양성평등정책협의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또 각 교회가 양성평등 예배와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단 총회에 여성 참여 가로막는 ‘유리천장’ 여전=이러한 성과에도 올해 주요 교단 총회는 여전히 여성 목회자 및 장로들의 교단 정치 참여에 인색했다. 예장통합은 ‘여성 총대 할당제’와 ‘여성 장로 할당제’를 임원회에 맡겨 1년간 연구키로 했다. 여성위원회는 올해 총회에 참여한 총대 1500여 명 중 여성은 16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총대 20명 이상 파송 노회는 여성 목사 1인, 여성 장로 1인 이상을 파송할 것’을 제안했으나 총대들의 입장차로 연구 후 내년 총회에서 다루기로 하는 데 그쳤다.
다른 교단들 역시 여성의 총회 참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예장백석은 올해 제37회 총회에서 여성 목사에게 총대 및 노회 임원 자격을 주지 않기로 결의했다. 예장고신은 이번 총회에 올라온 여성 목사 안수 문제와 교회 여성 지도자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헌의안을 1년간 연구키로 했다.
올해 교단 총회에서 여성 목회자 문제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교단은 단연 예장합동이다. 예장합동은 여성 목사 안수를 비롯한 여성 관련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총신대 신대원 목회학석사과정에 여성 입학을 제한해 교단 안팎에서 논란을 자초한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 및 신대원 여동문회가 반발하는 입장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총회에서 특별히 다뤄지지 않았다. 이은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교단 총회는 전반적으로 여성 목회자에 대해 과거 회귀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한국교회, 특히 보수 교단은 여성 목회자를 향한 총회 결정에 사회가 어떤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2014 주요 교단 총회 결산] (5·끝) 여성 목회자의 명암
입력 2014-10-03 04:07 수정 2014-10-03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