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사회·경제적 불만도 큰 몫… 본토인들 싹쓸이 쇼핑·집값 급등·실업난에 폭발

입력 2014-10-03 03:05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의 근저에는 주권 반환 후 17년 동안 쌓여온 사회·경제적 불만도 깔려 있다고 미국 언론 허핑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본토 사람들의 과도한 유입과 이들로 인한 싹쓸이 쇼핑, 집값 급등, 청년 실업 등과도 연관돼 있다는 진단이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과의 국경지대인 홍콩 북부 셩수이에서도 이번 주 초부터 소규모이지만 의미 있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역시 중심가 시위대처럼 노란색 리본을 달고,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요구사항이 하나 더 있다. 본토 사람들의 유입을 지금보다 더 줄여달라는 것이다.

셩수이는 중국과 홍콩을 오가는 관문이다. 거리 어디서나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는 상인들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본토인들의 홍콩 방문 규제를 대거 풀었다. 1주일 정도는 누구나 머물 수 있고, 또 이유가 증명되면 장기체류도 가능하다.

셩수이 시위를 주도하는 20대 여성 이본느 초이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본토인들이 분유와 기저귀 등 생필품을 싹쓸이하면서 물가가 뛰어 홍콩 사람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따리상들은 하루 수십 번 국경을 왕래하며 물건을 본토로 떼어가고 있다. 홍콩은 본토와 세금제도가 달라 물건값이 더 싸고 해외 물건들도 구하기 쉽다. 원정출산까지 늘어나면서 집값도 껑충 뛰었다. 집값은 2008년 이후 120%나 올랐다.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2년 전 홍콩 최대 일간지인 애플데일리에 “중국의 커플을 홍콩에 들이지 말자”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요즘은 학교에서 광둥어(홍콩인들이 주로 쓰는 언어)를 듣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본토인들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교육 기회나 취업, 의료 서비스 등에서 홍콩인들의 불이익이 커졌고, 이런 불만이 민주화 시위와 맞물리면서 반(反)중국 감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허핑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