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 이틀 만인 2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5월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나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간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사퇴는 계파정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을 통해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 역시 당(黨)보다 계파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성원들 때문에 힘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박 원내대표는 7·30재보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았으나 세월호법 1, 2차 합의안 추인 불발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파동을 거치면서 강경파들로부터 물러나라는 공격을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한때 탈당을 검토하며 칩거해 내부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내홍은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전수(全數)조사를 계기로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자리는 내놓고, 원내대표직은 세월호 협상 수습 때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그 결정에 따라 세월호법 합의가 도출되자 박 원내대표가 사퇴한 것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10개의 정도의 계파가 있다는 게 통설이다. 친노계, 정세균계, 고(故) 김근태계, 손학규계, 김한길계, 안철수계, 박지원계, 안희정계, 486그룹, 중도계 등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계를 대신해 김한길 전 대표 등 비주류가 부상했으나 올해 두 차례의 선거에서 패하자 친노계와 강경파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향후 지역위원장 선임과 전당대회 룰 결정 과정에서 계파 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개연성이 크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리더십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을 해체하거나 쪼개는 등 정계개편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까.
박 원내대표는 “계파정치를 계속하면 새정치연합은 거듭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끼리끼리 뭉쳐 다니며 한 지붕 밑에서 막말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으니 과연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내 민주주의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기국회 기간 원내대표 공백 사태마저 초래한 새정치연합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사설] 박영선 사퇴한 새정치연합 자기검증부터 하라
입력 2014-10-03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