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마세라티’는 왜 광주로 갔을까… 지방 공략 나선 수입차 업계

입력 2014-10-03 03:43 수정 2014-10-03 17:54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인 마세라티는 10월 한 달간 광주 서구 상무누리로 홀리데이인 호텔에 차량을 전시한다. 각각 가격이 1억3900만원과 1억3260만원인 콰트로포르테 디젤과 기블리 S Q4를 호텔 1층 로비에 갖다 놓는다.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가 서울이 아닌 지방의 호텔에 장기간 차를 비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2일 “호텔을 방문하는 전남 지역의 잠재적 고객에게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자동차가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대중화 시대를 맞으면서 억대의 고급 수입차 브랜드까지 지방으로 판매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기존의 공략 거점인 서울 강남을 벗어나 수도권과 지방 도시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잇따라 열고 있다.

대당 1억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는 포르쉐는 올해 안에 광주와 대전에 전시장이 생긴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지방 고객이 집 주변에서 편하게 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세라티는 지난 8월 부산 해운대구에 서비스센터를 열었고 다음 달에는 경기도 성남 분당에 서비스센터를 차린다. 재규어랜드로버도 곧 모집할 신규 딜러 가운데 일부를 영남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수입 업체들이 판매망과 서비스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는 이유는 고급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마세라티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705% 증가한 280대를 판매했다. 작년 한 해 전체 120대 판매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포르쉐도 지난 6월과 7월 각각 300대 이상씩 파는 등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도 판매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수입차 시장 전반적으로도 지방에서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10년 전인 2004년 까지만 해도 수입차의 절반에 가까운 44.4%가 서울에서 팔렸다. 영남권의 비중은 13.5%에 불과했다. 요즘은 영남에서 판매되는 차가 서울보다 1.5배가량 많다. 인천·경기 지역은 법인 차량의 신규 등록이 늘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인천의 공채 매입·할인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이 지방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 1일 경남 진주에 전시장을 새로 짓고 이전 행사를 치렀다. 지난 8월에는 부산에 전시장을 한 곳 더 늘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대구, 대전, 경북 포항에 올 연말과 내년 초 전시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강원도 춘천과 전북 군산에 신규 전시장을 열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 지역 안에서도 1개였던 전시장을 2∼3개로 늘리는 등 판매망을 더욱 촘촘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판매망의 대동맥을 구축한 상태라면 앞으로는 모세혈관을 만드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