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결승선 통과 직후 탈진… 미녀 마라토너 ‘투혼의 완주’

입력 2014-10-03 03:44
최보라가 2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42.195㎞를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왼쪽 작은 사진). 그러나 곧바로 경기장 바닥에 쓰러지고 있다. 이후 최보라는 들것에 실려 도핑 테스트장으로 이동했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에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투혼의 레이스를 펼친 최보라는 12위로 경기를 마쳤다. 연합뉴스

비가 오고 쌀쌀했던 2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한국 여자 마라톤의 최보라(23·경주시청)가 힘없이 들어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최보라는 힘겨워하며 마지막 트랙을 돌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졌다. 최보라는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대회 운영 관계자들이 그녀를 들것에 실어 도핑 테스트장으로 향했다. 투혼의 완주였다.

‘미녀 마라토너’ 최보라는 여자 마라톤에서 2시간45분4초를 기록해 12위로 경기를 마쳤다. 초반 스타트는 좋았다. 5㎞ 지점을 18분49초로 통과해 2위로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뒤로 밀렸다.

중간 지점부터는 메달권과 멀어졌지만 최보라는 포기하지 않았고 개인 8번째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5000m와 1500m를 주 종목으로 하는 장거리 선수였던 최보라는 2010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소속팀이 해체되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둘 위기도 있었고 지난해 경주시청으로 둥지를 옮기는 아픔도 겪었다.

짧은 경력에도 국가대표에 뽑힐 만큼 재능이 있었다. 바로 근성이었다. 실제 최보라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3시간10분6초를 기록하며 완주했다. 최보라는 당시 2시간34분대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마라톤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보다 30분 이상 뒤처지면 경기를 포기한다. 그런데 최보라는 끝까지 뛰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최보라는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32분43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냈다. 레이스 중반엔 메달권에서도 멀어졌다. 그래도 최보라는 42.195㎞를 모두 완주하고 쓰러졌다.

다만 한국은 여자 마라톤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김성은(25·삼성전자)이 2시간38분16초의 기록으로 8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 마라톤에선 북한의 쌍둥이 자매가 우애를 과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7위(2시간36분38초)로 들어온 김혜경과 9위(2시간38분55초)를 기록한 김혜성은 쌍둥이다. 올해 21세로 키도 153㎝로 똑같고 얼굴도 흡사하다. 둘은 우애를 과시하듯 사이좋게 뛰면서 음료수를 마시고 서로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줬다.

이들 자매는 지난해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나란히 뛰었다. 올해 4월 평양에서 열린 만경대상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자매가 1, 2위를 휩쓸었다.

한편 여자 마라톤에선 경기 후반 단거리 같은 막판 질주가 펼쳐졌다. 세 번째로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들어온 라산 둘라 겜그추(바레인)는 3위를 확신한 뒤 느린 속도로 걸으며 트랙을 돌았다. 그런데 15초 정도 늦게 주경기장에 도착한 일본의 하야카와 에리가 천천히 걷고 있는 겜그추를 보고 속력을 높여 트랙을 돌았다. 그리고 결승점을 150m 앞둔 지점에서 겜그추를 역전했다.

하야카와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겜그추는 화들짝 놀라 속도를 올렸고 단거리에서나 나올 법한 접전이 이어졌다. 겜그추는 단 1초 차이로 하야카와를 제치고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