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농구 고의 자책골, 경기 지각 몰수패… 경기장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입력 2014-10-03 03:00

45개국 1만4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인천아시아게임에선 상식을 깨는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농구 필리핀과 카자흐스탄의 8강리그 H조 경기. 67-65로 앞서 있던 필리핀이 경기 종료 11초 전 자책골을 넣었다. 사연은 이렇다. 카타르가 한국에 지고 필리핀이 카자흐스탄에 이기면 H조에서 카타르, 필리핀, 카자흐스탄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룬다. 그러면 세 팀 간의 득실점 차로 4강 티켓 주인이 가려지는데, 필리핀은 이 부문에서 가장 뒤져 대승을 거둬야 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은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에 들어가 더 많은 득실점 차로 이기려 했다.

심판은 고의 자책골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규정을 적용해 골을 무효로 처리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카자흐스탄에 자유투를 주기 위해 반칙을 범했다. 필리핀을 괘씸하게 여긴 카자흐스탄은 일부러 자유투를 실투했다. 연장전에서 필리핀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그대로 져도 득실점 차에서 필리핀, 카타르보다 우위에 서기 때문이었다.

양궁 컴파운드 경기에선 보기 드문 ‘0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뎁 트리샤(23·인도)와 후앙이주(24·대만)가 여자 개인 동메달 결정전을 벌이고 있었다. 4엔드까지 8번이나 10점을 꽂은 후앙이주는 5라운드 시작 직전 116-113으로 앞서 있었다. 뎁 트리샤는 5엔드에서 첫 화살로 7점을 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후앙이주가 9점에 화살을 꽂아 넣자 두 발의 화살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점수는 125-120으로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 후앙이주는 두 번째 화살에서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화살이 과녁을 벗어나 뒤쪽 백보드에 꽂힌 것. 후앙이주는 마지막 세 번째 화살을 쏴 9점을 추가했지만 결국 뎁 트리샤에게 134대 138로 역전패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컴파운드에서 0점이 나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시간을 착각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일도 벌어졌다. 라오스는 지난달 21일 남자 더블 이벤트 준결승 경기 시간(14시)을 오후 4시로 착각해 경기 시작 시간이 지난 후에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아 지각 몰수패를 당했다.

세팍타크로는 3∼4위 결정전 없이 두 팀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그러나 동메달이라도 받을 줄 알았던 라오스의 꿈은 깨졌다. 몰수패를 당했기 때문에 준결승에 진출했어도 메달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라오스 세팍타크로 관계자는 “경기에 늦었다고 동메달까지 빼앗는 건 있을 수 없는 처사다”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동메달은 이미 싱가포르가 챙겨간 뒤였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