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개념 연예인

입력 2014-10-03 03:20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의 열렬한 신봉자인 기어는 티베트 인권 신장 및 자치 확대를 위한 헌신적 활동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기피 인물로 낙인찍혔다. 유명 영화배우로서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중국 영화시장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할리우드에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타들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27일 1300만 달러(약 137억원)짜리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 조지 클루니는 국제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는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과 함께 인도주의 구호단체 ‘낫 온 아워 워치(Not On Our Watch)’를 설립, 활동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피트의 아내 앤젤리나 졸리는 이제 할리우드 스타라기보다 사회운동가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사회참여 연예인이 늘고 있다. 반값 등록금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자신의 주의·주장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스타들은 ‘개념 연예인’으로 통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회 참여는 특정 이슈에 무관심했던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비근한 예로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문제를 제기한 ‘0원 아파트 난방비’ 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 이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이 관리비 항목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공인으로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음주운전, 성추행, 마약 등 추문에 휩싸일 때마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다. 대체 이들이 어떤 공적인 일을 했기에 스스로를 공인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세법상 연예인은 개인사업자이지 공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공인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활동을 하는 게 먼저다. 이 와중에 김씨에게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무개념 연예인도 있다. 관심과 참여가 사회를 바꾼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