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만화의 전설, ‘엄마 찾아 삼만리’

입력 2014-10-03 03:10
'엄마 찾아 삼만리' 상권표지 원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만화는 TV가 없던 시절에 소년소녀들을 매혹시킨 다정한 벗이었다. 네모 칸 속의 갖가지 그림은 소박한 꿈과 희망을 키워준 귀한 끈이었고, 말풍선 속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서 온갖 상상력을 채워준 보물섬이었다.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의 모험은 남자아이의 탐구심을 만족시켰고, 예쁜 옷을 입은 공주님의 자유로운 생활은 여자아이의 호기심을 만족시켰다.

최초의 베스트셀러 만화는 1958년에 나온 김종래(1927∼2001)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역사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이다. 주인공인 소년 금준이가 노비로 팔려간 엄마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사모곡으로 당시의 피폐한 사회상을 조선사회에 빗대어 고발한 작품이다. 이 제목은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1846∼1908)의 ‘아펜니노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의 일본판 ‘엄마 찾아 삼천리’에서 다시 빌려온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3년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만화로 ‘엄마 찾아 삼만리’를 선정했다.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 원화’, 김용환의 ‘토끼와 원숭이’도 사료가치가 높은 만화로 인정해서 근대문화재로 지정했고, 올해 김용환의 ‘만화코주부 삼국지’가 추가됐다. 부천의 만화박물관 3층에 가면 ‘엄마 찾아 삼만리’를 원화로 볼 수 있다. 작가의 유족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기증한 진본들이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